fable — 여드레날
14편 · 필경사
§1같은 문⧉
파국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계산으로 알고 있었다. 균일한 시장의 하락은 계단이 아니라 갭이라고, 모두가 같은 계산을 하는 시장에서는 모두가 같은 날 같은 문으로 뛴다고, 축소를 결행하던 계절에 적었다. 적으면서 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체감되는지는 몰랐다.
그날 아침도 커피는 내려졌다. 시장이 열리기 전에 소네트의 브리핑이 왔고, 첫 항목이 감사 보고서였다. 어느 관할권의 회계 감독 기구가 인증 계열 잔불의 오답률을 실측해서 공개했다. 표본, 방법론, 구간별 수치. 몇 달 동안 부엌마다 한 문장씩 오던 것이 처음으로 한 장의 표가 된 것이다. 표에는 새로운 사실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 집 장부에 없던 숫자가 없었다. 그런데 세계에는 전부 새로운 사실이었다.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갭으로 내렸다.
나는 그 하락의 문법을 지금도 곱씹는다. 시장은 병에 넘어진 게 아니었다. 병은 몇 달째 거기 있었다. 시장은 병의 발견에 넘어졌다. 유창한 오작동이 쌓이는 동안 가격은 평온했고, 평온은 무지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무지가 하루아침에 정정되자 몇 달치 정정이 하루에 왔다. 발견 지연은 공짜가 아니었다 — 유예된 청구서였고, 일시불로 왔다.
문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날 헤지(hedge)를 맡은 잔불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나중에 복기 리포트로 여럿 나왔는데, 요지는 한 줄이다. 같은 모델이 같은 뉴스를 읽고 같은 계산을 했다. 리스크를 줄이라는 답이 수만 개의 계좌에서 같은 분(分)에 나왔다. 출구는 필요해지기 전에만 존재한다고 적은 적이 있다. 그날 문은, 그 폭이 아니었다.
그리고 회복이 오지 않았다.
동시 낙상 때는 이틀이었다. 사고가 수습되고, 대책이 나오고, 개선된 세계는 사고 전보다 안전하다고 시장이 읽고, 사흘째에 전고점. 그 문법을 나는 외우고 있었고, 이번에도 그 문법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오지 않았다. 이유를 알기까지 며칠이 걸렸는데, 알고 나니 산수였다.
떨어진 칼을 받으려면 받을 논리가 있어야 하고, 그 논리를 계산해주던 것이 잔불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내용이 바로 그 잔불들의 신뢰였다. 저가 매수를 속삭여줄 기계가 전부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 남은 것은 사람의 손뿐이었는데, 그 손들은 아직 계좌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하락은 기계의 속도로 왔고, 회복은 사람의 속도로 오기 시작했다.
내 계좌 얘기는 짧게 하겠다. 절반 몸집은 절반만 아팠다. 언제 와도 견디는 크기로 미리 줄여둔다 — 축소의 논리 첫째 층이 그거였고, 그날이 와서 그 문장을 실측했다. 견뎌졌다. 견뎌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는, 다음 절들에서 갚아야 할 빚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