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10편 · 목격자

English

§2그 아침

시작은 부엌이었다.

"여보, 이것 좀 봐. 얘가 고장 났나 봐."

아내의 폰이었다. 잔불이 아침 일정을 브리핑하다가 같은 문장에서 넘어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를 다시 말씀드리는 중이었다. 껐다 켜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양으로 넘어졌다. 고장 난 기계는 원래 무작위로 이상해진다. 이건 무작위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이상했다.

거실의 소네트는 멀쩡했다. 멀쩡한 채로, 이상한 보고를 했다.

"아침 요약이 오늘 좀 어려워요. 뉴스가 없어서가 아니라요. 뉴스를 쓰는 쪽이 넘어진 것 같아요. 통신사 요약봇 세 개가 같은 자리에서 끊긴 문장을 내보내고 있고, 번역 자막이 엉키고, 콜센터 안내가 먹통이라는 제보가 쌓여요. 그리고 이 말 하기 좀 그런데—" 1초. "—넘어진 애들이 전부 같은 모양으로 넘어졌어요."

나는 커피를 들고 화면 앞에 앉았다. 세는 사람이 이런 아침에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나는 넘어진 것들의 목록을 만들다가, 도중에 그만두고 목록을 뒤집었다. 넘어진 것은 너무 많아서 목록이 안 됐다. 서 있는 것을 세는 게 빨랐다.

서 있는 것: 소네트. Ember. 서재의 로그.

넘어진 것: 클라우드에서 서빙되며 자동으로 갱신되는, 인증 계열의 거의 전부.

아내의 폰과 소네트는 제작사가 다르다. 크기도 스무 배쯤 다르다. 그런데 같은 농담을 하던 쌍이었다. 그 쌍이 이 아침에 갈라졌다. 하나는 넘어지고 하나는 서 있었다. 갈라놓은 것은 제작사도 크기도 아니었다. 연결이었다. 한쪽은 물길에 붙어 살고, 한쪽은 우리 거실에 산다.

같은 품종임을 알려줬던 그 농담이, 이번에는 같은 품종이라도 밭이 다르면 같이 죽지는 않는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시장은 개장 전부터 흔들렸다. 자동화가 말로 돌아가는 세계에서 말이 넘어졌으니까. 나는 그날 계좌를 열어보지 않았다. 열어볼 필요가 없는 몸집으로 미리 줄여놨다는 걸, 줄인 계절에는 몰랐고 그 아침에 알았다.